[인간극장] KBS 260616 방송 산골 디제이의 사랑이야기 3부: 음악회가 끝난 날 민서 씨는 딸한테 갔다

음악회 날. 투병 중에도 음악을 포기할 수 없는 디제이와 아내는 추억을 선물하고 큰일을 마친 부부는 딸이 있는 납골당에 방문해 그리움을 전한다

방송일: 2026. 6. 17. | KBS 인간극장

음악회 날. 투병 중에도 음악을 포기할 수 없는 디제이 장면1음악회 날. 투병 중에도 음악을 포기할 수 없는 디제이 장면2음악회 날. 투병 중에도 음악을 포기할 수 없는 디제이 장면3
삼척 동작골 다섯 번째 산골 음악회가 열렸다. 서울, 부산, 경주, 일산에서 손님이 모였고, DJ 자니 튠은 암 투병 중에도 마이크를 잡았다. 음악회가 끝난 뒤 민서 씨는 딸의 봉안당을 찾았고, 어머니와 메밀수제비를 끓였다.
출처: KBS 인간극장 「산골 디제이의 사랑 이야기」 3부 · 방송일: 2026.06.16
  • 혼자 다방을 지키다 노래 끝날 때를 귀로 세던 남편
  • 동작골에 사람들이 모여든 날, 다섯 번째 산골 음악회
  • 심정지를 겪고도 여기까지 온 부부, 박수가 쏟아졌다
  • 봉안당 앞에서 민서 씨가 혼잣말처럼 꺼낸 말들
  • 어머니와 나눈 메밀수제비 한 그릇, 말이 없어도 따뜻했다

노래가 끝날 때를 귀로 세는 사람

아내가 있을 때는 신청곡만 받으면 됐다. 음악이 흐르는 동안 음료를 내고 주문을 받고 거스름돈을 건네는 일은 늘 둘이 하던 일이었다.

그날 다방에는 손님이 평소보다 많았다. LP 바늘이 홈을 타는 소리가 들렸다. 남편은 카운터 뒤에서 커피를 내렸다. 달랑달랑하다 싶었는데 역시 모자랐다.

멀리서 들어도 이제 곧 끝난다는 걸 안다. 한 20초 정도 남았다 싶으면 마음이 급해진다. 그게 50년이 넘은 귀다.

손님 중 한 명이 거들어줬다. 잠깐 뚜껑을 잡아달라고 했고, 상대방은 흔쾌히 손을 뻗었다. 인건비 빼드린다고 웃으며 건넨 말에 웃음이 났다.

"500원 내야."

"아니, 인건비 빼드리고 나가면 오히려 나갈 때 인건비 빼드리고."

셀린 디온의 노래가 흘렀다. 타이타닉 주제곡이었다.
CD로 틀어드리겠다고 했고, 손님은 또 놀러 오겠다고 했다.
이만하면 혼자서 잘 해냈다.
* * *

동작골이 들썩인 날

매년 봄가을이면 음악회를 열어왔다. 작년 가을엔 병원 일로 열지 못했다. 올해는 수술을 미루면 미뤘지 봄 음악회만큼은 꼭 열고 싶었다. DJ는 음악을 붙잡고 힘을 냈다.

천막과 테이블은 읍사무소에서 무료로 빌려줬다. 삼척시에서도 여러모로 지원을 해줬다. 오늘은 정원 전체가 음악방이었다. 민서 씨의 야외 주방도 바빠졌다. 산나물이 총출동하고 아궁이마다 불이 붙었다.

서울에서 왔다는 손님, 일산에서 왔다는 손님, 부산, 경주.
소문 듣고 왔는데 너무 좋다고 했다.
동작골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날이었다.

다섯 번째 산골 음악회가 시작됐다. DJ가 마이크를 잡았다.

"처음 이곳에 들어올 때 DJ로서의 삶은 이제 끝이구나 생각했는데. 열심히 땅이나 파고 살아야지 다짐했습니다만."

잠깐 멈췄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제가 들려드리는 샘물 한 조롱박에 갈증을 푸시는 모습을 보면서, 아 이제야 내가 DJ의 참모습을 찾았구나."

이문세의 노래가 흘렀다. 나는 행복한 사람. 그 노래가 이날만큼 잘 맞는 자리도 없었다.
* * *

저마다의 사연이 노래 안으로 들어갔다

참가 신청 때 미리 받아둔 사연이 있었다. DJ는 전화를 걸었다. 아내의 칠순을 보낸 남편이었다. 바꿔달라고 했더니 아내가 받았다. 두 사람을 일으켜 포옹 한번 하시라고 했고, 박수가 터졌다.

또 한 통의 전화가 이어졌다. 작년 11월 심정지가 왔었다는 남편을 둔 아내였다. 지금은 잘 지내고 있고, 동작골에 올 때마다 마음이 편해진다고 했다.

사경을 헤맨 사람이 용기를 내 여기까지 왔다.
DJ는 이 분이 삶에 완전히 복귀하시길 바란다며 박수를 청했다.
그 박수 소리가 한참 이어졌다.

민서 씨가 무대에 섰다. 가사를 보시면 저희 두 사람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했다. 함께 불러달라고 했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살았대요.

그 남편의 DJ와, 아내와, 이렇게 음악회를 하자고 제가 막 울었습니다. 사실은. 그러면서 남편을 설득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참 고맙습니다.
* * *

다음을 기약하는 손

두 시간이 지났다. DJ가 마무리 인사를 했다. 뜨거운 날씨에 먼 길 오셨다고, 다음에 만날 때까지 건강하고 행복하시라고.

손님들이 빠져나갔다. 민서 씨가 손을 꼭 잡고 배웅을 나섰다. 4년 된 단골 부부도 있었다. 사모님이 행복해하던 게 친해진 이유였다고 했다. 음악 듣고 바위섬 같은 노래를 직접 부르시면서 그렇게 행복해할 수가 없었다고.

DJ는 끝나고 나면 늘 아쉬움이 더 크다고 했다.

"생각한 거에 한 40% 그 정도밖에는."

"좀 더 멋있게 할 수 있었는데."

"가을에 하면 어울릴 거 같아. 오늘 색깔로."

* * *

딸이 잠든 곳에 혼자 갔다

음악회가 끝난 며칠 후. 직접 키운 꽃과 나무를 택배로 붙이고 민서 씨가 향한 곳이 있었다. 봉안당이었다.

딸이 떠난 지 7년째였다.
교통사고였다. 열아홉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오는 편이라고 했다.

들어서며 먼저 주변을 살폈다. 누가 왔다 갔는지, 꽃이 새로 달려 있는지. 친구가 왔나 보다,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여기 우리 딸. 우리 아파트."

"좁은 거 싫어하는데 어쩔 수 없이. 지금은 여기 와 있네요."

한참 그 자리에 서 있다가 말했다.

"나중에 되면 나무 밑으로 가야지."

"저한테는 평생 아기지 뭐. 19살에 멈췄으니까. 참 미안해."

할 말이야 뭐 하늘의 별보다 더 많죠. 근데 뭐 겉으로 말해서 뭐 하겠어요.
* * *

어머니와 메밀수제비를 끓였다

뛰엄띄엄 집들이 있는 동작골. 윗집에 어머니가 살고 계신다. 아침저녁으로 안부를 살피러 가는 아들인데, 오늘은 발이 많이 아프시다고 했다.

병원에 갈 때까지 그냥 이렇게 열어놓고 살겠다는 말에 속이 상했다. 일단 집으로 모셔왔다.

민서 씨의 고향은 정선이다.
장모님이 좋아한다고 메밀 한 대 주셨던 게 생각났다.
그걸로 오늘 메밀수제비를 끓이기로 했다.

반죽을 밀었다. 얇게 하려다 어머니가 그 정도면 됐다고 하셨다. 너무 얇아도 안 된다고. 넣을 때 조금씩 넣으라고.

"잘하네. 어이고 잘하네."

"처음 같이 사는 사람처럼 얘기를. 아이고 충돌하겠다."

"맨날 둘이 알콩달콩."

국수 한 그릇을 앞에 놓고 셋이 앉았다. 어머니가 싱겁다고 하셨다. 민서 씨가 김치 내드린다고 했다. 맛있어요, 어머니. 음. 많이 잡수세요.

산골 DJ에겐 사랑하는 두 여자가 있다. 하나 남은 아들이 아파 애 끊는 어머니. 그리고 상아 씨. 그래서 상아 씨가 힘을 내서 살아야 한다.
* * *

조용한 다방, 말이 안 나오는 저녁

저녁이 됐다. 손님이 빠진 다방은 조용했다.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뭔가 말을 꺼내려 했지만 잘 안 됐다.

"아 나도 말이 안 나오네."

결국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무슨 일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냥 그런 저녁이었다.

빗소리가 들렸다. 정원지기에겐 정다운 소리라고 했다. 한바탕 바빴던 며칠이 지나고 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다. 자기 그냥 활짝 폈네, 혼잣말처럼 했다.

음악회가 끝나고 나면 왜 DJ는 늘 아쉬움이 더 클까요.
40%밖에 못 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하는 사람이 암 치료 중에 마이크를 잡은 사람이었습니다. 아마도 그 아쉬움이 다음을 만드는 힘일 겁니다.
일주일에 한 번 봉안당을 찾는다는 게 어떤 마음일까요.
안 오면 불안하다고 했습니다. 쉬는 날 거기 가서 봐야지도 마음이 편하다고요. 19살에 멈춘 아기를 평생 품고 사는 사람의 말이었습니다.
말이 안 나오는 저녁이 있습니다.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날.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있었고, 빗소리가 들렸고, 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한 저녁도 있습니다. 아마 누구에게나 그런 밤이 한 번쯤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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