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드디어 가을빛이 만연한 제주에서의 두 번째 여정이네요. 선선한 바람결에 설렘이 묻어나는 이 계절, 푸른 바다와 오름이 어우러진 제주는 그야말로 '낭만' 그 자체입니다. 😥 하지만 이번 <동네 한 바퀴> 여정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만을 따라가지 않았어요. 산, 바다, 바람,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함께여서 더욱 아름답게 빛나는 제주의 진짜 이야기를 따라가 봅니다.
KBS 1TV 동네 한 바퀴
제344화 [2부작 가을, 낭만 제주] 2부 - 혼디 곱닥하다 (함께 아름답다)
2025년 11월 8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 제주 바다의 '찐' 힙합! 여든을 훌쩍 넘긴 해녀 할망 래퍼 삼총사
- 1년 365일 크리스마스? 행복을 나누는 부부의 이색 박물관
- 실패 딛고 찾은 인생 2막, 제주의 육해진미 '흑돼지해물갈비전골'
- 감귤밭의 붉은 변신 '홍용과'와 52년 내공 노부부의 '3시간 짬뽕'
🍁 가을 제주, '혼디 곱닥하다'는 말의 온기를 따라서
제주 방언으로 '혼디 곱닥하다'는 '함께 아름답다'는 뜻이라고 해요. 이번 <동네 한 바퀴> 344회는 그 말의 의미를 고스란히 따라가는 여정이었습니다. 이만기 씨의 발길이 닿은 곳은 제주의 숨겨진 풍경뿐만이 아니라, 그곳에서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따뜻한 삶이었네요.
가을 하늘보다 더 푸르른 바닷길에서 만난 흥겨운 시작부터, 제주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이방인과 청년 농부, 그리고 수십 년의 세월을 묵묵히 지켜온 노부부의 이야기까지. 축복의 섬 제주가 왜 '함께'일 때 더 아름다운지, 그 이유를 찬찬히 들여다봅니다.
🌊 푸른 바다 위, 할망 래퍼들의 '이어도사나' 힙합 스웨그
첫 만남부터 정말 강렬했어요. 😲 가을빛이 완연한 제주의 바닷길, 물질에 한창인 해녀 할망 삼총사를 만났습니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소라를 한가득 잡아 올리시는 모습이 어찌나 정정하신지. 여든을 훌쩍 넘긴 고참 해녀부터, '막내'라 불리지만 일흔 중반이라는 막내 해녀까지. 수십 년 세월을 한 마을에서 함께 물질하며 살아온 분들이었어요.
동네 지기 이만기 씨를 만나 기분이 좋아지셨는지, 할망들이 특별한 무대를 선보입니다. 바로 제주 민요 '이어도사나'의 힙합 버전! 몇 년 전 우연히 랩을 배우고, 그들의 굴곡진 인생사를 가사로 담아냈다고 해요. 푸르른 제주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할망 래퍼들의 무대라니, 정말 상상만 해도 흥이 오르지 않나요?
😥 솔직히 이 장면에서는 웃음보다 뭉클함이 먼저였어요. '이어도사나'가 원래 뱃사람들의 애환이 담긴 노래잖아요. 거기에 힙합 비트와 할머니들의 인생 가사가 더해졌다니... 이건 그냥 유행가가 아니라, 수십 년 제주 바다와 싸우며 살아온 그분들의 '진짜' 목소리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힙합이 별건가요, 이게 진짜 스웨그죠! 👍
🎄 11월에 만난 크리스마스? 동심으로 가득 찬 이색 박물관
제주에서 가을에 만끽하는 크리스마스라니, 정말 이색적이죠? 이곳은 크리스마스에 '진심'인 한 부부가 운영하는 크리스마스 박물관입니다. 전 세계에 단 2장뿐인 징글벨 악보 초본부터, 우리나라 최초의 크리스마스실까지, 없는 게 없다고 해요.
무려 12년 동안 독일, 스웨덴, 덴마크 등 수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하나둘 모은 수집품이 이제 박물관 한 채를 가득 채웠습니다. 놀라운 건, 누구나 환영에 입장료는 무료라는 점이에요.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1년 내내 크리스마스의 행복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서 만든 공간이랍니다.
'한 달'을 위해 '1년'을 쏟아붓는 삶
11월은 특히나 더 분주하다고 해요. 제주 소상공인들과 협업하는 '크리스마스마켓'을 열기 위해 남편 상우 씨가 직접 부스 공사를 하고 있었어요. 누군가는 "그 한 달을 위해 1년을 공들이다니 무모하다"고 하지만, 부부는 그 한 달이 바로 삶의 즐거움이자 에너지라고 말합니다.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동심 가득한 세상에 사는 부부.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의 '크리스마스'가 필요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들의 반짝이는 박물관으로 초대받은 기분이었습니다.
🥘 실패 끝에 찾은 제주의 맛, 흑돼지해물갈비전골 인생 2막
제주에 왔다면 먹거리를 빼놓을 수 없죠. 제주산 돌문어와 활전복, 그리고 압력솥에 푹 삶은 흑돼지가 만난 '흑돼지해물갈비전골'.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데요. 😭 여기에 사장님의 A부터 Z까지 친절한 설명이 더해져 인기가 폭발한다는 식당을 찾았습니다.
육지에서 신발 도소매 사업을 크게 운영했지만, 사양길에 접어들며 실패의 쓴맛을 봤다는 남편 현근 씨와 아내 순영 씨. 좌절할 시간도 아까워 에어컨 설치, 건물 철거까지 손이 퉁퉁 붓도록 안 해본 일이 없었다고 해요. 그러다 아내 언니의 제주 식당 일을 도우러 왔다가, 꼬박 2년을 밑에서 요리를 배우고 지금의 식당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팩트 체크] 제주 흑돼지는 단순한 고기가 아닙니다. 제주특별자치도 축산진흥원에 따르면, 제주 재래 흑돼지는 일반 백돼지보다 육질이 쫄깃하고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아 특유의 고소한 맛이 특징입니다. 이런 흑돼지와 신선한 제주 해산물의 조합은 제주의 독특한 식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죠.
아이들은 육지에 두고 부부만 제주로 온 지 6년째. 언니에게 전수받은 비결에 부부의 손맛, 그리고 남편 현근 씨의 '무한 친절'이 더해져 동네 맛집으로 소문이 났습니다. 하지만 아내 순영 씨의 유일한 불만이 바로 그 '무한 서비스 정신'이라네요. 😅 아무리 바빠도 손님 한 명 한 명 응대하며 먹는 법을 전수하니, 주방에 있는 아내는 속이 끓는다고 해요.
"아이고, 사장님!" 소리가 절로 나왔어요. 티격태격해도 그만큼 서로를 믿고 사랑했기에 지금의 자리가 가능했던 거겠죠. 역경 앞에서도 끄떡없는 잉꼬부부의 제주 인생 2막. 그 뜨끈한 전골 국물처럼 정말 진한 이야기였습니다.
✈️ 제주의 하늘과 땅,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들
이번 여정에선 제주의 다양한 얼굴을 만날 수 있었어요. 2014년 개관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제주항공우주박물관'도 그중 하나입니다. 한국전쟁 당시 전투기부터 팬텀 전투기까지, 약 40대의 퇴역 항공기가 위용을 뽐내고 있었죠. 8대의 프로젝터가 설치된 돔 영상관은 우주의 생생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 인기 만점이라고 해요. 이만기 씨도 VR 드론 체험으로 박물관을 둘러보며 동심으로 돌아간 듯 즐거워 보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제주에 뿌리내린 이방인의 이야기도 인상 깊었어요. 제주영어교육도시의 한 국제학교에서 만난 '제이슨 킹' 선생님. 캐나다 시골 마을 출신인 그는 자신의 고향과 닮은 제주가 참 마음에 든다고 해요. 파란 눈의 신사지만, 아내와 텃밭 농사짓는 게 행복하고 '깍두기'를 너무 좋아한다는 천상 '대한 외국인'이었어요.
제주살이 10년 차, 자신을 환대해 준 이웃들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 학생들과 함께 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방과 후 수업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제2의 고향에서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싶다는 그의 마음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네요.
제주의 '새로운 붉은 기운'
감귤밭의 변신
아버지의 감귤밭을 물려받아 생소한 '홍용과' 재배에 도전.
친환경 고집
소비자와 농부 모두의 건강을 위해 친환경 농사 고집.
제주의 자원 활용
폐 광어를 활용해 직접 액비를 만들어 비료로 사용.
제주의 새로운 소득 작물로 떠오르는 '홍용과' 농장도 방문했어요. 우리가 알던 하얀 백용과와 달리, 껍질부터 과육까지 온통 붉은빛이었죠. 조천읍 10개 농가가 이 홍용과 재배에 뛰어들었는데, 봉민 씨와 은주 씨 부부는 친환경을 고집합니다. 심지어 폐 광어로 액비를 직접 만들어 쓴다고 해요. 끈질긴 공부와 노력으로 이제는 제주 으뜸 홍용과를 자신한다는 부부. 감귤에 이어 홍용과로 제주의 전성기를 이끌고 싶다는 포부가 멋졌습니다.
🍜 하루 3시간, 52년 내공이 담긴 짬뽕 한 그릇의 행복
여정의 마지막은 깊은 내공이 담긴 짬뽕 한 그릇이었습니다. 어선들로 가득한 한림항 인근의 오래된 상가. 노포들도 사라져가는 이곳에 5년 전 문을 연 짬뽕집이 사람들을 줄 세운다고 해요. 하루 운영시간은 단 3시간! 메뉴도 짬뽕과 짜장, 단출합니다.
그냥 맹물에 해물과 채소를 한가득 넣어 끓여낸 단순한 짬뽕. 하지만 찾는 손님마다 이곳만 한 곳이 없다며 칭찬 일색입니다. 비결은 바로 52년 경력의 남편 입본 씨의 손맛이었어요. 서울 중심가 중식당부터 제주에 내려와서도 꾸준히 요리사로 일했던 분입니다.
한때 건강이 나빠져 가게를 접고 노년을 준비했지만, 해온 일을 못 하니 몸이 근질근질했다고 해요. 결국 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5년 전, 여든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아내 은령 씨와 다시 작은 식당을 열었습니다.
😭 "잘 나가던 옛 시절보다 지금이 훨씬 더 행복하다."는 말씀에 정말 코끝이 찡해졌어요. 작은 가게에서 가족 같은 손님들에게 정성 들여 짬뽕 한 그릇 내어주는 지금. 어쩌면 이 노부부에게 이곳은 가장 행복한 종착역이 아닐까요. 힘닿는 날까지 짬뽕을 내어주고 싶다는 그 마음이, 짬뽕 국물보다 더 뜨겁게 다가왔습니다.
제주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와 공항 면세점에서의 아쉬운 마무으리까지. 이번 제주 여정은 외딴 섬에서 서로 기대며 살아온 공동체의 따뜻함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혼디 곱닥하다' (함께 아름답다)
함께라서 가능했고, 함께라서 더 아름답게 써 내려올 수 있었던 제주의 이야기. 이번 <동네 한 바퀴>를 보며 제주의 가을은 풍경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