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727회] 귀어 부부의 따뜻한 주꾸미 밥상, 가을 바다가 전하는 '더불어 사는 맛'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그리워지는 맛이 있습니다. 😥 만물이 풍요로워지는 이 계절, 가을 바다는 어민들의 땀과 기다림으로 빚어낸 진귀한 보물들을 아낌없이 내어주는데요. 평생을 바다에 기대어 살아가는 이들만이 맛볼 수 있다는 그 특별한 진수성찬! [한국인의 밥상]과 함께 가을 바다의 진짜 맛을 만나러 떠나봅니다.


한국인의 밥상 727회


KBS 1TV

한국인의 밥상 727회 “찬바람을 기다렸다!” 가을 보물의 귀환

2025년 11월 6일 목요일 19:40 방송

- (충남 서산) 35년 경력 어부의 밤샘 조업과 가을 대하 한 상

- (전남 보성) 뻘배로 일군 삶의 터전, 벌교 참꼬막 밥상

- (인천 덕교동) 초보 귀어 부부와 마을 어르신들의 정이 담긴 햇주꾸미

[한국인의 밥상] 다시보기 →

찬바람을 기다렸다! 가을 바다, 보물의 귀환

가을은 모두에게 풍요로운 계절이지만, 유독 이 계절의 찬 바람을 설레며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평생을 바다와 함께, 바다에 기대어 살아가는 어민들이죠.


한국인의 밥상 예고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바닷속 생명들은 겨울을 나기 위해 통통하게 살이 오릅니다. 어민들의 손길도 덩달아 바빠지는 시기입니다. 서해를 은빛으로 물들이며 거슬러 올라오는 '대하', 여름내 쑥쑥 자라 이제 막 살이 오르기 시작한 '햇주꾸미', 그리고 가을 갯벌의 진정한 보물 '참꼬막'까지. 😲


이 모든 것은 일 년을 꼬박 기다려 만난 귀한 수확물들입니다. 단순한 제철 진미가 아니라, 어민들의 땀과 기다림이 빚어낸 결실 그 자체죠. 어민들에게 바다는 단순히 먹거리를 내어주는 곳이 아닙니다. 자연이 내어주는 대로 겸허히 받아들이며,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일깨워주는 삶의 터전입니다. 그들의 밥상에는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오늘, 찬 바람이 내려앉은 가을 바다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어부들의 밥상을 통해 '가을의 진짜 맛'이 무엇인지 함께 느껴보시죠.


새벽을 여는 은빛 물결, 서산 안면읍 대하 밥상

충청남도 서산군 안면읍. 별빛조차 보이지 않는 캄캄한 새벽, 어둠을 헤치며 바다로 향하는 배들이 있습니다. 35년 경력의 베테랑 어부 김형봉(58) 씨의 하루는 남들보다 훨씬 먼저 시작됩니다.


대하밥상


대하잡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이 가을을 얼마나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쏟아지는 비바람을 뚫고 던진 그물에, 밤새도록 기다렸던 은빛 대하가 걸려들 때마다 어부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옵니다.


밤샘 조업을 마친 후 배 위에서 먹는 첫 끼니! 갓 잡은 싱싱한 대하를 아낌없이 넣은 '대하라면'입니다. 이건 정말 바다 위에서만, 이 순간에만 맛볼 수 있는 호사스러운 라면이 아닐까요? 😭


😥 솔직히 이 장면 보면서 군침이 멈추질 않았네요. 35년 경력의 어부님이 쏟아지는 비바람을 맞으며 밤새 조업하신 후에 드시는 대하라면이라니... 그 어떤 산해진미보다 값지고 맛있을 것 같아요. 라면 국물에 대하의 달큰한 맛이 그대로 녹아들었겠죠? 정말 상상만 해도 황홀한 맛입니다.


조업을 마친 배들이 백사장항으로 속속 들어오면, 이제 항구는 상인들과 미식가들의 활기로 가득 찹니다. 가을 바다가 건넨 보물들, 즉 꽃게, 갈치, 간자미 등이 쏟아져 나오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가을의 왕은 살이 오를 대로 오른 '대하'입니다.


[팩트 체크] 실제로 매년 9월~10월경이면 태안 안면도 백사장항은 자연산 대하를 맛보려는 미식가들로 북적입니다. '안면도 백사장 대하 축제'가 열릴 만큼 전국적인 명성을 자랑하죠. 특히 자연산 대하는 9월부터 11월까지가 살이 가장 통통하게 차고 맛이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 년에 딱 이 계절에만 먹을 수 있다는 '대하회'의 쫄깃하면서도 달큰한 그 맛! 이 맛을 잊지 못해 1년을 기다리는 미식가들도 많다고 해요. 날로 먹어도 맛있지만, 안면도 어민들이 즐기는 방식은 또 다릅니다.


시원한 무를 듬뿍 넣고 끓여낸 '대하 맑은탕'은 속까지 개운하게 해주고, 얼갈이 배추김치에 대하와 꽃게를 듬뿍 넣어 끓여낸 '대하 게국지'는 그야말로 밥도둑이죠. 여기에 내장이 듬뿍 들어있는 대하 머리와 속살을 바삭하게 튀겨 매콤달콤한 소스로 버무린 '대하 탕수'까지! 정말 어부들의 땀과 기다림, 그리고 자연이 빚어낸 완벽한 진수성찬이었습니다. 갈수록 짧아지는 가을이 야속하게만 느껴지는 맛이었네요.



뻘배 위에 실린 삶의 무게, 보성 벌교 참꼬막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 정암마을. 이곳 사람들은 찬바람이 불기만을 봄부터 손꼽아 기다려왔다고 합니다. 왜냐고요? 바로 가을 갯벌 때문이죠. 이들에게 가을 갯벌은 생명이 살아 숨 쉬는 너른 들판과도 같습니다.


벌교 참꼬막


돌게, 칠게, 짱뚱어... 갯벌에서 나는 것들은 많지만, 가을 갯벌의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참꼬막'입니다. 육지로부터 무려 1km가 넘는 갯벌 깊숙한 곳에 살고 있는 참꼬막은, 어민들이 직접 '뻘배'를 타고 나아가 일일이 손으로 캐야만 얻을 수 있습니다.


이곳 여자만 갯벌은 점토질로 이루어져 있어 뻘배 없이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만큼 푹푹 빠진다고 해요. 꼬막을 캐지 않고 살아온 이가 없다는 벌교 사람들. 꼬막은 이분들에게 정말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벌교 꼬막이 특별한 3가지 이유

1

최적의 자연 환경
점토질이 풍부한 여자만의 청정 갯벌에서 자라 쫄깃한 육질과 진한 맛을 자랑합니다.

2

역사 (생명줄)
먹을 것이 귀했던 보릿고개 시절, 굶주림을 면하게 해준 고마운 생명줄이었습니다.

3

삶 (가족)
꼬막을 캐서 자식들을 키우고 살림을 일군, 그야말로 삶의 원천 그 자체입니다.


꼬막 철이면 집집마다 꼬막 삶는 냄새가 담장을 넘었다고 해요. 꼬막이 나는 철이면 가장 먼저 밥상에 올랐다는 새콤달콤 '꼬막 회무침', 제사상에 빠지지 않고 올랐다는 '꼬막전', 그리고 된장 하나만 툭 풀어 끓여낸 꼬막장국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뜨끈한 '꼬막 전골'까지. 심지어 아이들 간식으로도 '꼬막 볶음밥 피자'를 만들어 주실 정도로 벌교의 밥상에서 꼬막은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였습니다.


😭 하지만 언제부턴가 갯벌에서 참꼬막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면서, 꼬막을 캐는 사람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은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어민들의 생계가 달린 문제이자, 우리 식탁에서 이 귀한 맛을 잃을 수도 있다는 거니까요. 부디 참꼬막이 다시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게 되네요.


인천 덕교동, 바다에서 찾은 '더불어 사는 맛'

인천광역시 중구 덕교동. 대부분 어르신들만 사는 이 조용한 어촌 마을에 젊은 부부가 귀어했습니다. 바로 정의창(38세), 송나경(35세) 씨 부부입니다.


이 두 분, 낚시 동호회에서 만나 결혼했을 정도로 바다를 정말 좋아한다고 해요. 😲 "이왕 돈을 벌 거면, 우리가 좋아하는 바다에서 벌어보자!"는 마음으로 2년 전 덜컥 귀촌을 결심했답니다.


한국인의 밥상 인천 덕교동


물론 아직은 낯선 어촌살이가 쉽지만은 않겠죠. 하지만 살뜰히 챙겨주는 마을 어르신들이 계셔서 든든하다고 합니다. 의창 씨 부부는 가을에 잡은 '햇주꾸미'로 이 고마운 마음에 보답하고 싶다고 하네요.


평생을 어부로 살아온 어르신들과 함께 차린 영종도의 가을 밥상! 이제 막 알이 차기 시작한 꽃게에 된장을 풀어 끓여낸 '꽃게 칼국수', 연하고 부드러운 햇주꾸미를 살짝 데쳐 먹는 '주꾸미 샤브샤브', 그리고 마을의 막내 나경 씨가 한껏 솜씨를 부린 '주꾸미 삼겹살볶음'까지! 음식 하나하나에 이웃 간의 따뜻한 정이 넘쳐나는 게 느껴졌습니다.


👍 솔직히 낯선 어촌, 그것도 어르신들만 계신 곳에 정착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어려움이 있었겠어요. 그래도 저렇게 든든한 이웃 어르신들이 계셔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귀촌을 한 후 '더불어 살아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깨닫고 있다는 부부의 말이 참 뭉클하게 다가왔어요.


이 부부에게 바다는 단순히 일터가 아니라, '사람 사는 맛'을 알게 해준 고마운 곳이었습니다. 그들이 차린 따뜻한 가을 밥상을 보며 저까지 마음이 훈훈해졌네요.


자연이 내어준 가을의 맛, '함께'의 의미를 묻다

서산 안면읍의 은빛 대하부터, 보성 벌교의 검은 갯벌 속 참꼬막, 그리고 인천 덕교동의 따뜻한 정이 담긴 햇주꾸미까지. 오늘 만난 가을 바다의 밥상에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연이 내어주는 대로 겸허히 받아들이는 마음'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였습니다. 어민들에게 바다는 그저 욕심대로 채울 수 있는 곳이 아니라,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야 할 삶의 터전이었죠.


당신에게 '이웃'은 어떤 의미인가요?

귀어 부부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마을 어르신들처럼, 어쩌면 우리가 잊고 지냈던 '사람 사는 맛'은 바로 우리 곁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찬 바람이 부는 이 가을, 자연이 빚어낸 진수성찬과 그 속에 담긴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함께'라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의 가을 밥상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나요? 👍

[한국인의 밥상] 다시보기 →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