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 아래 반짝이는 밀양강을 따라 걷다 보면,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과 마주하게 됩니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나선형 데크길 위에서 마주한 밀양의 전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어요. 🍂 이곳 밀양에서 만난 사람들은 저마다의 빛깔로 인생을 가꾸며,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었답니다. 소중한 것을 지키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KBS 1TV 동네 한 바퀴
제345화 빛이 영글다 – 경상남도 밀양시
2025년 11월 15일 19:10 방송
- 40년 외길, 소리를 살리는 축음기 수리공 최완규 씨의 아리랑 사랑
- 2대째 이어오는 밀양 돈가스 맛집, 아버지의 손맛과 아들의 창의적인 변신
- 밀양의 가을을 수놓는 선샤인 농산물 대전과 늦가을 해바라기 꽃단지
- 버려진 고택의 변신, 복합문화공간 볕뉘에서 만난 티소믈리에의 밀양 차 이야기
- 3대째 맑은 국물 추어탕으로 이어온 고부의 따뜻한 손맛과 나눔의 철학
- 얼음골에 정착한 귀촌 8년 차 맥가이버 사과 농부 김병칠 씨의 열정적인 인생 2막
밀양, 햇살처럼 빛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따스한 햇살이 가득 내리쬐는 경상남도 밀양. 이곳은 밀양강과 기암절벽이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하는 곳인데요. 동네지기의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싱그러운 가을바람이 마음을 들뜨게 했어요.
🍃 특히 밀양의 아름다운 사계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나선형 데크길은 마치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걸으며 여유를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았답니다.
이번 <동네 한 바퀴> 345번째 여정은 빛과 정이 넘치는 밀양에서 시작되었는데요, 시간이 영글어가는 것처럼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저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답니다. 이곳에서 만난 다채로운 삶의 모습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전해줄 거예요.
40년 세월이 빚어낸 소리의 기록, 축음기 수리공의 아리랑 사랑
옛 주유소 터에서 흘러나오는 낯선 소리에 이끌려 찾아간 곳에서, 저는 축음기 수리공 최완규(67) 씨를 만났습니다. 😲 40년 넘게 축음기를 고치며 소리에 생명을 불어넣어 온 그의 손길에서는 장인의 집념이 느껴졌어요.
완규 씨는 단순히 기계를 고치는 것을 넘어, '우리 소리'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밀양아리랑 관련 유물을 하나둘 수집하기 시작했다고 해요. 무려 1만여 점에 달하는 수집품들 중에서도 밀양아리랑의 역사적 가치를 담고 있는 '별건곤'과 '도왜실기'를 가장 아낀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잊혀가는 소리에 대한 그의 진심을 엿볼 수 있었답니다.
완규 씨는 이 소중한 자료들을 혼자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나누고 후대에 이어줌으로써 100년, 200년 뒤에도 밀양아리랑의 이야기가 계속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어요. 그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박물관에서 저는 아리랑과 축음기의 깊은 역사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답니다.
밀양아리랑은 정선아리랑, 진도아리랑과 함께 대한민국 3대 아리랑으로 꼽히며,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아리랑의 중요한 한 줄기를 이룹니다. 특히 밀양아리랑은 빠르고 경쾌한 가락이 특징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단순히 오래된 물건을 고치는 것을 넘어, 그 안에 담긴 시간과 소리의 역사를 지켜내려는 완규 씨의 노력이야말로 진정한 장인 정신이 아닐까 싶어요. 잊혀가는 우리 문화를 이렇게까지 열정적으로 보존하려는 모습에 정말 감동받았답니다. 👍
축음기 수리공의 세 가지 보물
소리를 되살리는 손
고장 난 축음기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40년 외길 장인의 기술
아리랑 유물 컬렉션
밀양아리랑의 역사를 담은 1만여 점의 귀한 수집품
나눔과 계승의 정신
소중한 자료를 후대에 전하고자 하는 진정한 마음
밀양 시내에서 가장 오래된 돈가스 집을 방문했을 때, 저는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정겨운 분위기에 매료되었어요. 이곳의 1대 전상호(76) 씨는 소스에 밀가루 대신 미숫가루를 넣어 특별한 맛을 내는 비법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손님들을 절대 배고프게 돌려보내지 않겠다는 그의 철학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것을 넘어 따뜻한 정을 나누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답니다. 지금은 아들 전민성(43) 씨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어린 나이에 가족을 책임져온 아버지를 존경하는 민성 씨의 마음이 깊이 와닿았어요.
그는 아버지의 손맛과 철학을 계승하면서도 쌈싸먹 돈가스, 월남쌈 돈가스 등 젊은 감각의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며 옛 맛의 정성과 새로운 맛의 재미를 한 접시에 담아내고 있었어요. 이렇게 대를 이어 맛을 지켜나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답니다. 👨🍳
가을 밀양은 축제로도 풍성했는데요, 밀양 선샤인테마파크에서는 '선샤인 농산물 대전'이 한창이었어요. 대추 시배지인 밀양에서 맛볼 수 있는 달콤한 대추와 아삭한 사과, 매콤한 미인고추, 그리고 달콤한 샤인머스켓까지! 다양한 밀양의 특산물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축제는 농가와 소비자가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는 정겨운 가을 풍경을 만들고 있었어요. 🍎
또한, 밀양강 옆 산외면 해바라기 꽃단지는 늦가을까지 해바라기를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장소였답니다. 파종 시기를 조절해 1만 5천 평 규모의 해바라기밭을 조성했다고 하니, 그 노력이 정말 대단하죠? 🌻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와 강변을 따라 걸으며, 저는 지나가는 계절의 아름다움을 한껏 만끽할 수 있었답니다.
시간의 숨결이 깃든 공간, 밀양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
밀양향교 옆 한옥마을에 자리한 '복합문화공간 볕뉘'는 버려진 고택을 밀양시가 직접 수리하여 꾸민 곳이라고 해요. 낮에는 아늑한 카페로, 밤에는 아름다운 음악회가 열리는 무대로 변신하며 밀양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쉼을 제공하고 있었어요. ☕
이곳에서 밀양의 정취를 담은 블렌딩 티를 직접 개발했다는 티소믈리에 우주안(39) 씨를 만났습니다. 밀양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차들을 통해 밀양의 맛과 멋을 알리고 싶다는 그녀의 꿈이 정말 멋지게 느껴졌어요. 볕이 가득 들어오는 공간에서 주안 씨의 차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밀양이 가진 고유한 매력에 다시 한번 빠져들었답니다.
과거의 고택이 현대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단순한 공간의 변화를 넘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밀양시 하남읍에는 3대째 맑은 국물의 정통 경남식 추어탕 맛을 지켜오는 따뜻한 이야기가 숨어 있었어요. 2대 시어머니 정기화(86) 씨와 3대 며느리 노하순(60) 씨가 함께 만드는 추어탕 한 그릇에는 세대를 이어온 손맛과 애틋함이 가득 담겨 있었답니다.
하순 씨는 "부모와 자식은 부대껴야 정이 들고, 어른과 함께 살면 배우는 게 많다"고 이야기하며, 86세의 나이에도 새벽부터 가게에 나와 밥을 안치는 시어머니에게 부단히 배워가고 있다고 했어요. 1대 시외할머님의 마음을 이어 칠천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든든한 한 끼를 나누는 이들의 모습에서, 저는 물질적인 가치보다 더 소중한 진심과 나눔의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정말 값을 매길 수 없는 따뜻함이 담긴 추어탕이었어요. 😭
밀양 얼음골에서는 120년 된 고택을 직접 수리하여 귀촌한 8년 차 사과 농부 김병칠(72) 씨를 만났습니다. 퇴직 후 새로운 삶을 위해 얼음골에 정착한 그는 처음에는 농사가 어려워 고생도 많이 했지만, 이제는 척척 사과의 상태를 알아낼 정도로 베테랑 농부가 되었다고 해요.
심지어 외지인 최초로 마을사무장까지 맡으며 마을의 옛 방앗간 자리에 물레방아를 제작해 마을의 옛 모습을 되살리는 등 부지런히 하루를 꾸려가고 있었어요. 작년부터는 아내 박현숙(66) 씨와 함께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사과 막걸리 만들기 같은 전통체험을 제공하며 얼음골을 널리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고 해요.
뭐든지 뚝딱 만들어내는 병칠 씨의 열정적인 인생 2막을 보며, 저 또한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용기를 얻었답니다. 시간이 쌓여 추억이 영글고, 느긋하지만 확실하게 현재를 지켜나가는 밀양 사람들의 이야기는 11월 15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동네 한 바퀴> [345화 빛이 영글다 – 경상남도 밀양] 편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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