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KBS 260616 방송 산골 디제이의 사랑이야기 2부: 별이 없던 밤, 삼척에서 서울까지 다녀온 부부

바쁜 민서 씨가 시내로 나가 홀로 음악다방에 남은 상아 씨. 그런데, 갑자기 손님들이 몰려온다!

방송일: 2026. 6. 16. | KBS 인간극장

바쁜 민서 씨가 시내로 나가 홀로 음악다방에 남은 상아 장면1바쁜 민서 씨가 시내로 나가 홀로 음악다방에 남은 상아 장면2바쁜 민서 씨가 시내로 나가 홀로 음악다방에 남은 상아 장면3
삼척 산골에서 음악 다방을 운영하는 부부의 이야기. 아내 상아 씨가 간암 진단을 받은 후 치료를 이어가며, 서울 병원을 오가는 하루를 담았다. 2025년 8월 발병, 방사선 색전술 3개월 후 종양이 절반 이하로 줄어 수술을 논의 중이다.
출처: KBS 인간극장 「산골 디제이의 사랑 이야기」 2부 · 방송일: 2026.06.16
  • 새벽처럼 조용한 병원 복도, 결과를 기다리는 두 사람
  • 15.3cm였던 종양이 7.7cm로 줄어들던 날의 표정
  • 서울에서 삼척까지, 돌아오는 길의 별 없는 밤하늘
  • 아프다고 가만히 있긴 싫다던 남편의 손
  • LP판 앞에 앉아 틀고 싶은 노래가 아직 많은 사람
삼척에서 서울까지 네 시간이 조금 못 된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두 사람은 별로 말이 없었다.
창밖으로 봄볕이 흐르고 있었지만 차 안은 다른 계절처럼 느껴졌다.

서울에 가야 하는 날

몸에 이상을 감지한 건 작년 8월이었다. 자꾸 살이 빠지고 기운이 없었다. 상아 씨는 믿고 싶지 않았지만 남편은 진작 눈치채고 있었다.

처음 암이 발견됐을 때 종양은 너무 컸다. 간에만 세 개였다. 15.3cm, 3cm, 1cm, 4cm. 수술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을 때가 제일 힘들었다고 했다.

그녀가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남편이 옆에 있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방사선 색전술을 받고 석 달이 지났다. 오늘은 결과가 나오는 날이었다. 수술을 할 수 있게 됐는지, 아니면 치료를 계속해야 하는지.

* * *

긴장으로요, 라고 말한 사람

병원 복도에서 상아 씨는 내내 말이 없었다. 남편이 곁에 있었다. 진찰실 문이 열리고 닫혔다. 잠시 후 두 사람이 나왔다.

15.3cm였던 종양이 7.7cm로 줄었다. 나머지 두 개는 없어졌다.
다만 7.7cm 중에 아직 살아 있는 암세포가 조금 남아 있었다.
수술을 논의할 수 있는 단계가 됐다는 말을 들었다.

표정이 담담했다. 의사 선생님이 외과 선생님을 먼저 만나보고 최종 결정을 하자고 했다.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병원을 나왔다.

아무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온 길을 되짚어 돌아가는 발걸음이 조금 더 느렸다.
* * *

돌아오는 밤, 별이 없었다

삼척 동작골, 집에 도착했을 때는 밤이었다. 남편이 차에서 내리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아, 이거 또 집에 왔으니 별 한번 봅시다."

"없어."

"별이 오늘 날이야. 날이 흐름이구나."

"구름이 없네."

"어, 노래야."

개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종일 집을 지키던 녀석이었다. 남편이 몸을 낮춰 머리를 쓸어줬다. 잠깐 잠깐 잠깐, 소리를 내며 달래는 손이 느렸다.

집 안으로 들어서며 두 사람은 서로에게 고생했다고 했다.
아까 얼마나 졸리는지 운전을 못 하겠더라고, 남편이 말했다.
상아 씨는 그러니까 왜 그렇게 긴장을 했냐고 물었다.

"내가 원래 새로운 거 할 때는 겁을 많이 먹어."

"아니 그래서 아까 나 그래서 뭐 얼마나 손을 꽉 쥐고 있는지 내 손 부러지는 줄 알았잖아."

수술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얼마나 다행인가, 라고 남편은 생각하고 있었다.
* * *

아프다고 가만히 있긴 싫다

며칠이 지났다. 남편은 가게 옆 살림방에서 나무를 만지고 있었다. 병이 생기면서 나무를 예전처럼 다룰 수는 없게 됐다. 그래도 가끔은 만진다고 했다.

아내에게 화덕을 만들어 준 것도 남편이었다. 조금만 힘을 써도 쉬어가야 했지만, 할 수 있는 만큼 몸을 움직였다. 쪽잠을 자야 버틸 수 있었다.

아침마다 남편이 꺾어다 준 고사리가 한 솥이었다.
예전 같으면 무거운 걸 들 새도 없이 달려왔을 텐데.
둘이 하던 일을 혼자 하려니 재미가 없다고, 상아 씨는 말하지 않았다.

음악 다방 안에서는 노래가 흐르고 있었다. 손님들이 왔다. 서울에서 왔다는 이도 있었고, 한 시간 걸려 왔다는 이도 있었다. DJ는 음반을 찾아 걸어줬다.

나중에 숨을 거둘 때 저 LP에 깔려 죽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한때는 그런 생각도 했다.
* * *

LP 앞에 앉아 있는 두 사람

상아 씨가 음악 없이 살 수 없게 된 건 어릴 적 고물을 주워 팔아 음반을 사 모으던 때부터였다. DJ 자니 튠으로 살아온 50여 년. 들려줄 음악 이야기가 아직 많았다.

손님이 딸 사진을 들고 찾아온 날도 있었다. 다섯 살 때 조덕배 30집 모델이었다는 딸이 지금은 마흔셋이라고 했다. 혹시나 하고 그 음반을 신청했더니 있었다고, 너무 반갑다고 했다.

왜 어떤 노래는 오래 남을까. 사람들은 왜 비슷한 계절이 오면 같은 노래를 찾아올까. 이 가게가 오래된 이유가 어쩌면 거기 있는지도 모른다.

밖에선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있었다.
안에서는 김추자의 노래가 흐르고 있었다.
오래된 것들이 이곳에선 여전히 반짝거렸다.
* * *

수술 이야기가 나오던 저녁

집으로 돌아온 저녁, 남편은 수술 날짜 걱정을 먼저 했다. 겨울에 했으면 좋겠는데 세상 일이란 게 내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라고 했다.

"어떤 방법으로든 살려야 되니까. 딱 그거 한 가지예요."

상아 씨는 잠깐 말이 없다가 답했다.

"뭔가 나한테 숙제가 던져지면 그걸 해결하고 풀어 나가면 되니까. 이 사람이 굉장히 그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에요."

당황하고 뭐 그런다고 해서 해답이 나오는 건 아니니까. 늘 그래왔듯이.

별이 보이지 않는 밤이었지만 집 불빛은 켜져 있었다. 내가 붙이면 항상 꺼진다고 했다. 그래서 남편이 늘 불을 붙여줘야 한다고, 나 없으면 불을 못 붙인다고.

음악 다방 문을 닫을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LP판 한 장이 돌아가고 있었다. 바늘이 마지막 홈을 지나도 두 사람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왜 어떤 사람의 하루는 오래 기억에 남을까요.
감동적인 장면이어서가 아닐 수 있습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순간에 누군가의 하루가 다 들어 있을 때, 사람들은 그 장면을 오래 생각합니다.
아프다고 가만히 있는 사람은 없는 걸까요.
이 남편처럼 할 수 있는 만큼 움직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상아 씨처럼 마음이 심할 때 바지런을 떠는 사람도 있습니다. 방법은 달라도 나아가고 있다는 건 같습니다.
LP판 앞에 앉아 음악을 트는 사람의 마음은 어떤 걸까요.
이번이 마지막 음악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노래를 틀었습니다. 그게 아마 이 사람이 살아온 방식이었을 겁니다. 아마 누구에게나 그런 자리 하나씩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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