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에서 울진으로 내려온 큰딸 지은, 어색함 없이 청소부터 시작한다
- 갑오징어와 한치가 오르는 저녁 밥상, 말 없이도 따뜻한 남매 사이
- 볼링장 내기, 지는 쪽도 웃는다
- 떡볶이 냄비 앞에서 동생들 머리끈을 묶어주는 손
- 엄마가 없는 자리를 아무도 말하지 않아도 채워가는 저녁
자주 내려오다 보니, 방도 마련해 두었다
계단을 오르면 지우 방이 있다. 평소엔 공부방이라 부르지만, 사춘기 소녀의 아지트라는 말이 더 정확하다. 창문 밖으로는 울진 바다 냄새가 들어온다. 그 방 한쪽에 지은 씨 짐이 조금씩 늘어 있다. 자주 오다 보니 그렇게 됐다.
서울에서 동생이 왔다고, 광현 씨 주방에선 만찬 준비가 한창이다. 어젯밤 잡아온 갑오징어와 한치. 패뜨기엔 한치가 하루 지나면 식감이 강해진다고 했다. 갑오징어는 양이 적으니 숙회로. 광현 씨 손이 척척 움직인다.
밥은 먹었어?
밥상이 차려졌다. 유영이가 잡아온 오징어에 잔을 부딪혔다.
"치스, 치얼스."
"아, 이게 오빠가 잡아온 거예요?"
"고맙다."
지우는 과학 토론 대회 결과를 꺼냈다. 12등이라고. 잘했다는 말이 나왔다. 말이 많지 않은 윤씨, 원래도 없다고 누군가 대신 말했다. 같이 살 때도 거의 카톡으로만 그런 바이브였다고.
3년째 내려올 때마다 일손을 도왔다
미역 작업이 있는 날, 광현 씨가 바다에 나간 사이 모텔 청소가 시작됐다. 지은 씨가 팔을 걷어붙였다. 침대 커버를 씌우는 손이 야무지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화장실 청소 끝났어?"
"어, 끝났어. 닫으면 돼."
어차피 도와드리러 온 거라서, 빨리 끝내고 같이 쉬면 좋잖아요. 펜션을 하던 시절부터 울진에 내려오면 늘 일손을 도왔다고 했다.
아내가 첫 결혼에서 낳은 아이들을 내 자식처럼 사랑해 준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지은 씨도 알고 있다.
오늘 목적지는 볼링장
가게 문을 걸어 잠그고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나섰다. 광현 씨가 가게를 닫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기계 오류가 두 번 있었다는 항의가 들어왔다.
"그것도 뭐, 운이죠."
거창한 행복을 찾으려 애쓸 필요는 없다. 함께 웃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속에 행복이 있다.
떡볶이 냄비 앞에서
집으로 돌아온 저녁. 내기 턱은 떡볶이로 대신하기로 했다. 냄비가 오르는 사이 지은 씨가 동생 머리끈을 묶어줬다. 지아도 달라고 했다. 지우도 달라고 했다.
동생들은 틈만 나면 언니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언니 말이라면 고분고분 잘도 들었다. 언니가 오지 않을 때도 서울에서 전화를 거의 매일 한다고 했다. 지우나 지하가 사 달라는 것은 택배로 보내주기도 한다고.
언니 좋아? 안 좋아?
"좋아."
"사랑해. 안 해?"
"어? 해. 해."
항상 뽀뽀를 받아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강제로 한다고 지은 씨가 말했다. 다리를 제압해 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