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힘을 내요 영철 씨 30년 영어 강사, 공황장애 딛고 흑염소 농부로 서다

칠판 앞에서 30년 가까이 영어를 가르치던 선생님이, 이제는 낯선 축사에서 흑염소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 '이제야 좀 살만하다' 싶었던 순간, 예고 없이 찾아온 '공황장애'라는 복병. 그로 인해 도시의 삶을 모두 정리하고 2년 전 고향 전남 강진으로 돌아온 박영철(60) 씨의 이야기가 깊은 울림을 줍니다.

힘을 내요 영철 씨


KBS 1TV 인간극장

힘을 내요 영철 씨

2025년 11월 03일(월) ~ 11월 07일(금) / 오전 7:50~8:25

- 30년 차 영어 강사, 성공의 정점에서 공황장애를 만나다.

- 모든 것을 버리고 남편을 위해 귀농을 결단한 아내 윤서 씨.

- 흑염소 농장 4개월 차, 왕초보 농부 영철 씨의 인생 2막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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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판 앞을 떠나 축사에 서기까지

박영철(60) 씨의 삶을 돌아보면, 참 '치열했다'는 말이 먼저 떠오릅니다. 어릴 때부터 '소문난 수재'였던 그는 공부가 너무 하고 싶었지만,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 형편에 대학 진학은 사치일 뿐이었어요. 그 꿈을 포기해야 했던 청년 영철 씨는 한동안 방황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칠판 앞을 떠나 축사

하지만 배움에 대한 열망을 그대로 접을 수는 없었죠. 그는 스스로 돈을 벌어 스물다섯이라는 늦은 나이에 대학교 영문과에 진학했습니다. 그리고 졸업 후,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학원 선생님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그의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밑천도 없이 오직 열정만으로 학원을 열었다가 큰 빚만 지고 실패하기를 두 차례. 😥 그래도 그 실패의 경험이 단단한 발판이 되어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운영했던 학원에서는 수강생이 백 명을 훌쩍 넘을 정도로 나름의 큰 성공을 거두었고, 드디어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삶을 덮친 예고 없는 그림자, '공황장애'

"이제 나도 뭔가를 이뤘구나." 그토록 바라던 안도감을 느끼던 바로 그때, 마치 매복해 있던 복병처럼 '공황장애'가 영철 씨의 삶을 덮쳤습니다. 😲

공황장애

증상은 그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심장이 마구 뛰고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땅이 솟구치고, 길가의 나무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것 같아 길을 걸을 수도, 운전을 할 수도 없었어요. 학원에서 수업을 하다가 119에 실려 가기를 수차례. 더 이상 강의는커녕 일상생활조차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체크] 영철 씨가 겪은 "땅이 솟구치고 나무가 달려드는" 증상은 공황 발작 시 나타나는 대표적인 '비현실감(Derealization)' 또는 '이인증(Depersonalization)' 증상 중 하나입니다. 이는 뇌가 극심한 불안과 공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각 왜곡으로, 결코 꾀병이나 단순한 스트레스가 아닌 명백한 의학적 증상입니다.


그런 남편을 곁에서 지켜보던 아내 김윤서(58) 씨는 결국 결단을 내렸습니다. 그동안 부부가 함께 이룬 것들이 너무나 아깝고 아쉬워 어떻게든 버텨보려던 영철 씨를 설득했죠. "다 접고 시골로 가자." 오로지 남편 영철 씨의 건강, 그것 하나만을 위해 안정적이던 밥벌이를 모두 버리고 귀농을 택한 것입니다.


😭 솔직히 이 대목에서 아내 윤서 씨의 결단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수십 년간 피땀 흘려 이룬 성공과 안정적인 삶을, '남편의 건강' 하나를 위해 모두 내려놓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결정이었을까요. 진정한 사랑과 용기가 느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렇게 영철 씨 부부는 모든 걸 정리하고 고향인 강진으로 돌아왔습니다.


'데칼코마니'처럼 닮은, 40년 지기 부부

사실 이 부부의 인연은 아주 특별합니다. 처음 만났을 때 영철 씬 스물셋, 윤서 씬 스물한 살. 서로 첫눈에 반한 두 사람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점이 많았습니다. 지독하게도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공부를 이어가지 못했던 사연, 그리고 결국 스스로의 힘으로 대학 공부를 마친 과정까지,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똑 닮아있었죠.

데칼코마니 부부

3남 2녀 중 넷째이자 막내아들이었던 영철 씨. 수재로 소문났지만, 어려운 형편에 대학은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2년여간 방황하던 그는 입시학원에서 허드렛일을 도우며 돈을 벌어 뒤늦게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8남매 중 여섯째 딸이었던 윤서 씨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언니들이 학비를 대준 덕에 겨우 중학교까지 마칠 수 있었죠. 열일곱 나이에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광업소에서 일했던 윤서 씨는, 직장에서 만난 선배 언니들을 따라 주경야독하며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고등학교와 대학 공부를 마쳤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두 사람은 서로가 거울 같고, 그 누구보다 서로를 애틋하게 여겼습니다. 세인과 민형, 두 남매의 부모가 된 지금도 여전히 서로가 제일 멋지고 예쁜 '초특급 닭살 커플'이라고 하네요. 👍


왕초보 염소 농부의 좌충우돌 인생 2막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돌아온 고향에서 영철 씨가 선택한 것은 흑염소 농사였습니다. 올해 5월 축사를 완공하고, 7월에 처음으로 염소 18마리를 들였으니 이제 겨우 4개월 남짓. 아직은 초보 중에서도 왕초보 신세입니다.

왕초보 염소 농부

평생 공부하는 게 제일 쉬웠다는 영철 씨. 그는 흑염소 역시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론과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출산 준비를 하던 염소들이 실은 임신이 아니었던 걸로 밝혀지기도 하고, 수시로 축사를 탈출하는 염소들을 잡아 오느라 혼비백산하는 등 날마다 실수 연발입니다.


그래도 아침에 눈을 뜨면 축사로 달려가는 그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합니다. 다 똑같아 보이는 흑염소들에게 '왕초', '새침이', '삐짐이', '용감이' 같은 이름까지 지어주며 애지중지 돌보는 모습이 영락없는 '염소 아빠'입니다.


최근 3개월 만에 다시 흑염소 17마리를 더 들여 마음은 뿌듯하지만, 현실적인 걱정이 다시 고개를 듭니다. 하필이면 흑염소 시장가가 계속 떨어지고 사룟값은 갈수록 오르고 있기 때문이죠.


[체크] 실제 2024년 정점을 찍었던 흑염소 가격은 2025년 들어 사료비 상승 부담과 호주산 등 수입 물량 증가로 인해 30% 이상 하락하는 등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5년 8월 기준) 영철 씨의 걱정은 단순한 기우가 아닌, 현재 많은 축산 농가가 겪고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입니다.


고향으로 돌아온 지 3년 차. 그간은 텃밭 농사나 조금씩 지으며 건강을 챙기느라 별다른 벌이가 없었습니다. 이제 막 시작한 흑염소 농사도 고정적인 수입을 얻으려면 앞으로 최소 1~2년은 더 있어야 하는 상황. 당장의 생활비와 불어나는 흑염소 사료값을 감당하기 위해, 영철 씬 시간이 날 때마다 인력사무소에 나가 일을 하고 있습니다.


😥 이 부분이 가장 마음이 쓰이는 지점이었습니다. 건강을 되찾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귀농했는데, 다시 경제적인 문제로 건강을 해칠 수도 있는 육체노동을 해야 하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게 느껴졌어요. 아내 윤서 씨가 '공황장애가 재발할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첫 방송, 그리고 계속될 이야기

첫 방송에서는 아내 윤서 씨, 그리고 딸 세인 씨까지 합세해 축사 바닥 대청소에 나서는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가족이 함께 땀 흘리는 정겨운 풍경도 잠시, 그때! 염소들이 축사를 탈출하는 돌발 상황이 발생합니다! 과연 왕초보 농부 영철 씨는 이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을까요?

인간극장

숨 가쁘게 달려왔던 지난날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한 인생 2막. 흑염소와 함께 좌충우돌하며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 박영철 씨. 그의 용기 있는 도전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힘을 내요, 영철 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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