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사상 최고치', '국내 주식 불타오른다'는 기사 제목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 정말 모두가 뜨거운 수익을 경험하고 있는 것일까요? EBS 다큐멘터리 '골라듄다큐'는 이 화려한 구호 뒤에 가려진, 어쩌면 훨씬 더 현실적인 우리들의 투자 이야기를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단순히 오르고 내리는 숫자가 아닌, 그 안에서 격렬하게 요동치는 인간의 심리와 '돈'이라는 것의 본질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진 시간이었네요.
EBS 골라듄다큐
코인과 주식의 모든 것 - 백만장자들이 말하는 투자란
(2023년 10월 29일 촬영분 포함)
- "감으로 한 게 더 잘 됐어요" : 공부와 감 사이에서 길을 잃은 투자 초보들의 고백
- "왜 나는 손해만 볼까?" : 소유 효과, 손실 회피 등 우리의 판단을 흐리는 투자 심리 테스트
- "돈이란 무엇인가" : 나이지리아의 급진적 화폐 개혁 사태로 본 법정 화폐의 신뢰 문제
- "불신이 낳은 대안" : 은행 밖으로 빠져나간 돈, 비트코인을 선택한 사람들
불타는 장? 우리들의 지갑은 왜 차가울까
다큐멘터리는 '친구들 다 돈을 벌어요?'라는 질문에 '대부분은 잃어요'라고 답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로 시작합니다. 가족 중 아버지가 주식으로 수억을 잃은 경험, 200만 원 넣었다가 파란 불이 된 코인, 심지어 '파는 방법을 모르겠다', '마이너스 90%'라는 고백까지... 😲 시작부터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어요.
우리의 모습을 대변하는 다양한 참가자들이 등장합니다. 은퇴 시점을 70세로 잡고, 아들의 권유로 투자를 고민하게 된 62세 김정호 님. 그는 평생 투자를 해본 적이 없고, '빚을 내서 해야 하는 개념'으로만 막연히 이해하고 있었죠. 아들과의 대화에서 "네 얘기 말마따나 아빠 혼자서 아무것도 못 해봤잖아"라며 새로운 도전을 다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반면, 부동산 경매부터 사채까지 알아보며 '젊은 부자'를 꿈꿨던 정태종 님. 그는 결혼을 앞두고 아내와 육아 비용, 교육 비용(발도르프 연간 천만 원!)을 걱정하며 '어떻게 돈을 관리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합니다. 월급만으로는 안 되겠다는 절박함이 느껴졌네요.
여섯 살, 네 살 아이를 키우는 주부 전은주 님은 '초보 주부 투자자'로서 "날씨가 좋은 날은 왠지 올라갈 것 같다"는 느낌으로 투자하거나, "올라가는 종목 있으면 그냥 같이 따라 들어"가는 '불나방' 같은 매매를 했던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
부산대학교 경제학부의 경건우 님은 "감을 믿고 투자했던 거는 오히려 더 잘됐던 거 같고, 찾아보고 투자를 했던 거는 오히려 수익률이 안 좋았어요"라는 아이러니한 경험을 공유합니다. "시간씩 막 맨날 책보고 공부"해도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그의 말은 많은 투자자에게 공감을 줬을 것 같아요.
"내가 산 건 왜 안 오를까?" : 감과 공부 사이의 줄타기
참가자들의 투자 방식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전은주 님은 '단기 매매'로 "오늘 하루 커피값", "아이들 과자값"을 버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아침 뉴스에서 급등 중인 종목을 따라 들어가 이익을 보는 식이죠.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8분 만에 3,800원에서 4,300원까지 올랐다가 13분 만에 3,775원으로 곤두박질치는 차트를 보며 "아까 팔았어야 되는데"라며 망연자실하는 모습은 단타 매매의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 "갈 데가 따로 없습니다. 절로 바람 불면 일로 넣고, 일로 바람 불면 절로 넣고... 오르면 더 사고 싶고, 내리면 팔아야 돼." 이 독백, 정말이지 너무나 많은 개인 투자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우리 모두가 겪는 '포모(FOMO)'와 '패닉셀'의 심리죠.
반면, '감'으로 투자했다가 오히려 손해를 본 경건우 님은 '시즌제'를 노리고 경동나비엔 주식을 매수합니다. "겨울이다 보니까 무조건 난방은 하잖아", "광고에서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놔드려야겠다"는 말을 근거로 삼았죠.
하지만 친구의 논리적인 반박("겨울마다 사는 건 아니잖아", "다 알고 있는 거잖아")에 흔들립니다. 결국 -15%까지 떨어졌다가 -5%로 올라오는 주가를 보며 "팔아야 될지 말아야 될지" 착잡해하는 모습은, 어설픈 분석이 '감'보다 나을 게 없음을 보여줍니다.
[체크] 다큐멘터리에서 한 참가자가 "공매도 금지 이후에 개인들이 한 4주 정도..."라고 언급합니다. 실제로 2023년 11월 5일, 금융당국은 국내 증시의 전 종목에 대해 2024년 6월 말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개인 투자자 보호와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를 명분으로 했으나,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외국인 자금 이탈을 유발할 수 있다는 논란이 함께 일었던 매우 큰 시장 이슈였습니다.
정태종 님은 '퀀트 투자'나 '재무제표' 공부로 접근하려 합니다. "편향된 판단이 개입되지 않는다"는 장점 때문이죠. 그는 500만 원의 시드머니로 "셀프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투자 여정을 진행합니다. "공부하면 더 나은 선택을 내리려는 기대"가 있었지만,
"하면 할수록 여전히 나한테 필요한 정보를 다 갖기에는 무리다", "변수가 너무 많다"는 한계에 부딪힙니다. 그는 결국 9만 원대이던 주식이 8만 8천 원으로 하락하자 "더 싸질 수도 있지만 기다림이 힘들어" 50만 원씩 분할 매수를 시작합니다. "이게 끝일지 시작일지..."라며 체결을 완료하는 모습에서 공부하는 투자자의 신중함과 불안감이 동시에 엿보였습니다.
당신은 왜 항상 실수하는가? (충격적인 투자 심리 테스트)
다큐는 "사람은 다 버는데 나는 손해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참가자들에게 몇 가지 심리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1. 주차 공간 문제 (소유 효과)
"특별히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새로운 주차 공간으로 이동하라는 제안에 대부분이 "포기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굳이 옮길 필요를 못 느껴서"라는 이유였죠. 이는 자신이 가진 것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입니다. 김정호 님이 99년도에 받은 LG반도체 우리사주가 하이닉스로 넘어가고 감자를 당했음에도 "애정이 있어 가지고" 아직 보유 중인 것이 바로 이 심리의 대표적인 예시죠.
2. 질병 문제 (손실 회피)
0.001% 확률로 사망하는 질병에 대해, '치료약 구입(이득)'에는 5천만 원을 지불하겠다던 사람이, '연구 지원(손실 위험)'에는 2억, 50억, 심지어 "영원"을 요구했습니다. 같은 확률임에도 '손실'을 '이득'보다 훨씬 더 고통스럽게 받아들이는 '손실 회피(Loss Aversion)' 성향 때문입니다.
3. 주식 매도 문제 (처분 효과)
5개의 주식 중 급전이 필요해 1개를 팔아야 할 때, 대부분이 '수익이 난 A, C'가 아닌 '손해를 본 B, D, E' 중에서 고르려 했습니다. (실제로는 수익이 난 B를 선택) "손해 보기 싫으니까요." 이는 손실을 확정 짓기 싫어서 수익이 난 주식(A)은 빨리 팔고, 손해 본 주식(D)은 계속 보유하는 '처분 효과(Disposition Effect)'입니다. "오른 주식은 팔고 내린 주식은 계속 보유하려는 경향"이죠.
4. 상식 퀴즈 (자기 과신)
'OECD 회원국 수', '달까지의 거리' 등을 최소-최대 범위로 예측하는 문제. 범위를 좁게 설정할수록 '자기 과신(Overconfidence)'이 높은 것입니다. 참가자들은 '1부터 1억 하면 다 맞추잖아요', '그럼 재미없죠'라며 자신의 지식을 과신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투자의 위험 요소를 과소평가하게 만드는 가장 위험한 심리 중 하나입니다.
😲 "이익을 보는 종목을 판다", "손해 보기 싫어서"... 정말 제 얘기 같아서 뜨끔했습니다. 손실을 확정 짓는 '손절'이 얼마나 심리적으로 어려운 일인지, 그리고 내가 가진 '우리 사주'나 '물린 종목'에 얼마나 큰 '애정'을 부여하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되더군요.
돈의 본질을 묻다: 나이지리아의 실험과 비트코인
투자에 실패하는 이유가 우리의 '심리'에 있다면, 우리가 투자하는 '돈' 그 자체는 과연 안전할까요? 다큐는 갑자기 나이지리아로 무대를 옮깁니다. 2억의 인구, 250개의 언어. 이곳의 법정 화폐 '나이라'에 급격한 변화가 닥칩니다.
48일 만에 구권을 신권으로 바꾸라는 화폐 개혁이었습니다. 15세 이상 성인 중 계좌 보유율이 45.3%에 불과한 나라에서, 현금 거래가 중심인 나라에서 이는 재앙이었습니다. 은행에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사망자까지 발생했죠. 아이스크림 장수 '자라'처럼 "비닐 봉지가 금고"인 사람들에게 은행은 너무 멀었습니다.
[체크] 다큐에서 조명한 나이지리아 화폐 개혁은 2022년 말 중앙은행(CBN)이 발표하고 2023년 초 강행한 실제 사건입니다. 인플레이션 억제와 지하 경제 양성화를 목표로 했으나, 무리한 신권 교체 기한으로 인해 극심한 현금 부족 사태와 생필품난, 폭동을 유발했습니다. 결국 대법원이 개입하여 구권 통용 기한이 연장되었죠. 이 사태는 국가가 보증하는 법정 화폐의 신뢰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보여주었습니다.
중앙은행이 통화 정책을 펼 수 없을 정도로 은행 밖에 잠자고 있는 현금을 거두려 한 개혁은, 오히려 '나이라'에 대한 불신만 높였습니다. 상인들은 구권을 받지 않았고, 심지어 '물물 교환'까지 등장했습니다. 돈의 가치가 흔들리자 돈이 등장하기 이전의 시대로 돌아간 겁니다.
이때 사람들이 찾은 대안이 바로 '비트코인'이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사토시 나카모토'의 9쪽짜리 논문으로 시작된 비트코인. 전문가들은 "a fad(일시적 유행)", "criminals(범죄자들)에게 좋을 것"이라며 무시했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1위의 암호화폐 사용국이 되었습니다. 다큐 속의 한 무역상은 "달러(USD)와 비트코인 사이에서 거래"한다며, 불안정한 '나이라'를 대신해 "instability(불안정성)"를 헤지(hedge)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투자는 '나'를 아는 것에서부터
다큐멘터리는 다시 한국의 참가자들에게로 돌아옵니다. 그들은 이 실험을 통해 무엇을 느꼈을까요? "내가 뭘 위해 살아가나", "늘 반복되는 실수는 정해진 패턴이 있더라고요", "손실을 싫어하는 그 마음을 제대로 안 다루고..."
김정호 님은 아들과 주식과 부동산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습니다"라며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주었고, 정태종 님은 "젊은 부자는 조금 힘들지 않을까? 좀 천천히 가자"라며 자신의 계획을 수정합니다.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낮은 수수료를 내라(Pay low fees)", "복리 이자(Compound interest)의 힘을 믿어라", "당신이 잘 아는 것에만 투자하라(Invest in what you yourself know a lot about)".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당신 자신을 알아라(Know yourself)". 당신이 너무 망설이는지, 혹은 너무 빨리 행동하는지, 당신의 편향(bias)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바로잡으려 노력하라는 것이죠.
다큐는 "돈의 얼굴이 보고 싶었습니다. 미치도록 찾아 헤맨 끝에 만난 그 얼굴은 나의 얼굴이었습니다"라는 강렬한 메시지로 끝을 맺습니다.
코스피 지수, 재무제표, 퀀트 전략도 중요하지만, 그 모든 것을 다루는 것은 결국 '나' 자신입니다. 돈 앞에서 터무니없이 용감해지고(자기 과신), 겁이 나서 쪼그라드는(손실 회피) 우리의 민낯을 마주하는 것. 그것이 투자의 진짜 시작이 아닐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