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다큐멘터리 3일 20260608방송 같이 사는 김에 - 김해 외국인 거리 72시간 [하이라이트 2부]

같이 사는 김에 - 김해 외국인 거리 72시간 |

방송일: 2026.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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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여섯 시, 공장 셔터가 하나둘 올라가는 도시가 있습니다. 김해 외국인 거리에는 국적이 다른 사람들이 같은 시간에 눈을 뜨고, 같은 골목에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 하루들이 모여 이 거리를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 월요일 아침, 기계 앞에 가장 먼저 서는 사람이 있습니다
  • 서로 다른 언어로 등교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 어지러움을 참고 가게 문을 여는 부부가 있습니다
  • 퇴근 후에도 동네를 지키러 나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 낯선 도시를 고향이라 부르게 된 사람이 있습니다

셔터가 올라가는 소리로 시작되는 아침

공장 지대의 새벽은 기계음으로 열립니다. 아직 인적이 드문 골목에, 전원 스위치 올리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려 퍼졌습니다. 정밀부품을 만드는 작업장 안, 한 사람이 가장 먼저 도착해 있었습니다.

월요일이냐는 질문에 그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습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어깨에 남은 피로가 먼저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지나가는 요일이지만, 이 작업장에서 월요일은 몸이 먼저 알아차리는 요일입니다.

왜 그는 다른 사람보다 한 시간 먼저 기계 앞에 서는 것일까요. 그 답은 낡은 손끝에 있었습니다. 4년째 이 작업장을 지켜온 그의 손은, 처음 이곳에 왔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움직임을 갖고 있었습니다.

* * *

한 달 만에 손에 붙은 기계

복잡해 보이는 기계 앞에서, 그는 처음 배우던 시절 이야기를 담담하게 꺼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한 달 정도 지나니까 일이 손에 익었습니다.”

지금은 몸에 붙어버린 동작들이, 한때는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낯선 숫자와 버튼이었습니다. 등록된 제조업체만 1만 개가 넘는 이 도시에서, 그런 낯선 시간을 견뎌낸 사람은 그 하나만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외국인 고용 현수막을 그냥 지나칩니다. 하지만 그 현수막 하나하나를 따라, 이 거리로 걸어 들어온 사람들의 이름이 있었습니다.

* * *

서로 다른 말로 등교하는 아이들

이른 아침 골목길, 책가방을 멘 아이들이 나란히 걷고 있었습니다. 주말을 보낸 얼굴에는 아직 잠이 덜 깬 표정이 남아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학교 와서 좋아요. 주말 내내 쉬었거든요.”

친구와의 약속 장소로 먼저 향하던 아이는, 학교보다 그 만남이 더 급한 얼굴이었습니다.

집에서는 러시아어와 우즈베크어가 섞여 오가고, 학교에서는 한국어로 하루가 채워집니다. 왜 이 아이들은 언어를 바꿔가며 하루를 사는 일이 특별하지 않은 것일까요. 이미 그것이 이 아이들에게는 가장 익숙한 하루의 리듬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지각을 걱정한 아이들의 발걸음이 갑자기 빨라졌습니다. 국적이 다른 아이들이 같은 속도로 뛰어가고 있었습니다.
* * *

어지러움을 참고 여는 가게 문

골목 안쪽 작은 가게, 평소라면 밝은 인사로 손님을 맞았을 자리에 오늘은 무거운 공기가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주말 내내 몰린 손님을 받아내느라, 아내는 몸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습니다. 아침이 되어도 어지럼증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머리가 좀 어지러워요. 그래도 일은 해야죠.”

몸은 이미 무거워질 대로 무거워졌지만, 가게 문 앞에 서는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그 옆에서 낮 동안 아이들과 놀아주지 못하는 미안함을 조용히 털어놓았습니다.

“낮에는 돈을 벌어야 하니까, 밤에 두세 시간이라도 놀아주는 게 전부예요.”

왜 부모라는 자리는 늘 미안함을 남기는 것일까요. 아마 마음을 다하는 만큼, 채워주지 못하는 빈자리도 더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이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겪었을지 모를 시선에 대해 물었을 때, 어머니는 잠시 말을 고르다 입을 열었습니다.

“우리도 사람이잖아요. 1학년 때는 많이 걱정했는데, 몇 년 다니다 보니 지금은 괜찮아졌어요.”

* * *

퇴근 후에도 동네를 도는 사람들

모두가 집으로 돌아갈 시각, 오히려 골목으로 나서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외국인 주민들이 스스로 꾸린 야간 순찰 모임은 올해로 20년째를 맞고 있었습니다.

“동네 어르신들이 외국인을 꺼리는 부분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교감하려고 시작하게 됐어요.”

하루 종일 가게 일을 마치고 곧바로 나온 사람도 있었습니다. 고향에서는 해본 적 없는 일을, 타국에 와서야 처음 해보게 됐다는 말에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우리가 사는 도시고, 우리 가게가 있는 동네니까요. 우리가 지켜야죠.”

지친 몸을 이끌고도 골목을 도는 걸음에는, 이 거리를 자신의 것으로 여기는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 * *

2007년부터 이곳은 고향이 되었습니다

시장의 밤은 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습니다. 마감을 앞두고도 손님을 향해 걸음을 서두르는 상인이 있었습니다. 감자를 뜻하는 낯선 단어 하나로 대화가 오가고, 손짓과 몇 마디 한국어로도 거래는 매끄럽게 이어졌습니다.

“처음 한국 왔을 때는 고향이 많이 그리웠어요. 그런데 여기서 장사하고 사람들 만나다 보니까, 지금은 김해가 고향 같아요.”

2007년 이 도시에 발을 디딘 뒤로, 다른 곳으로 옮긴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태어난 곳도 다르고 파는 물건도 다르지만, 하루를 대하는 태도만큼은 옆 가게 사장님과 꼭 닮아 있었습니다.

* * *

모두가 같은 얼굴이었다면, 이 거리는 지금과 달랐을 것입니다

불 켜진 가게들 사이로 밤이 깊어갔습니다. 국적도 언어도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하루를 마무리하며, 내일 또 같은 골목에서 마주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말은 달라도 더 나은 내일을 바라는 마음만큼은 서로 닮아 있었습니다.

이 거리의 불빛은 오늘도, 국적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켜져 있었습니다.

왜 낯선 도시가 어느 순간 고향처럼 느껴지는 것일까요.
매일 같은 자리에서 사람을 만나고 인사를 나누다 보면, 그 반복 자체가 소속감을 만들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는 왜 늘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일까요.
생계를 위한 시간과 아이와 함께하고 싶은 시간이 겹치지 않을 때, 그 틈이 미안함으로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루 종일 일한 사람이 왜 퇴근 후에도 동네를 도는 것일까요.
자신이 사는 곳을 지켜야 할 이유가 생기면, 피로보다 책임감이 먼저 발걸음을 옮기게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참고: KBS 다큐멘터리 3일, 2026.06.08 방송분 “같이 사는 김에 - 김해 외국인 거리 72시간” 방영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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